시 쓰고 웃었다

[쓰다] 죽은 빨간 병아리

misterious Jay 2008. 7. 17. 03:38


아빠, 병아리가 죽었어
작은 딸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응, 그래, 그렇구나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그냥
그렇다고 맞장구치고는
신문을 넘긴다

넘기다가
이상하기도 해라
우리집에선 병아리를 키운 적이 없다
나 모르게 꾸미고 있을지도 모르는
가족들의 음모
아이의 비밀
궁금하구나

익숙한 집안
탐문하는 시선
나 없이 이루어졌을 역사의
흔적을 찾아
아닌 척
집안을 살피다가
창가쯤 눈이 멈추었을 때

화들짝 놀란 보라색
튤립 두 송이
옆에선 꽃봉오리 떨어진 대롱이
힘없이 기댄 창가

아빠, 빨간 내 병아리
금세 내 옆으로 달려와
치켜 올려든 손에
길에 떨어져 있었다는
빨간 죽은 병아리
아무리 봐도 시든 튤립 한 송이


(2008.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