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고 웃었다

[쓰다] 초원의 집 1

misterious Jay 2008. 7. 17. 03:42


오후는 아직 멀고 나는 집을 나서 

살던 옛 동네

응암동의 언덕을 향한다

거기엔 언제나 까만 염소의 등을 쓰다듬고 있는

빵모자 쓴 꼬마 아이가 있다

아이는 

언덕 아래를 말끄러미 내려다보며

작고 동그란 눈을 빛낸다

 

미안하게도 나는 

아이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아마 그건 아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이의 어깨를 짚을 수 없는

멀지 않은 거리를 두고

나는 

아이의 내일을 마치 아이가 

나의 어제를 비추어보듯이

비추어본다


아이는 언덕을 내려와

세상에 집을 짓는다

집 너머로 멀리 산이 보이고

그 앞에 언덕이 있다


아이는 꿈을 꾼다

앞산 너머에 바다가 있다

아이는 언덕을 향해 내달린다

앞산 너머에 태양이 숨어 있다


한 패의 소년들이 집 앞으로 몰려든다

열세 살 소년이 별을 달고

여덟 살 소년이 나무 기관총을 매고

여섯 살 소년이 열세 살 소년 어깨 뒤에 숨고

일곱 살, 아홉 살, 열 살이 

아이를 불러낸다

그들은 새로 문을 연 학교다

  

웅덩이마다 담긴 이야기를 

비오기 전까지 익히고

비 그치면 새로운 이야기를 웅덩이에서 건져내다가

아이는 

개울 건너 돌 던지는 법을 배운다

돌이 날아왔을 때 울지 않는 법을 배운다 


산을 집들이 하나 둘 막아선다

집들 사이로 골목이 생긴다 

산 너머에 또 산이 생긴다

새로운 태양이 더 이상 산에서 떠오르지 않는다 


아이는 언덕을 오르는 꿈을 꾸는 대신

클 것도 없는 풍선을 타고 골목을 따라

옛 동네 언덕을 찾는다


아직은 오후가 되기 전이었고

텔레비전에서는 초원의 집을 하고 있었다


(20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