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고 웃었다

[쓰다] 익숙하지 않은 밤

misterious Jay 2012. 3. 24. 03:51



8시 반쯤 집을 나와
언주로를 타고 북으로 달리다가
두 번 방향을 꺾어 동호대교를 건넜다
이렇게 몇 차례 길을 타고 방향을 꺾어가며
병원 장례식장에 이르렀을 때
삼일 낮밤이 꿈결 같이 지나갔던
지난 해 끝자락 아버지의 마지막 거소의
그 익숙한 분향소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내 검은 구두가 형광등에 연신 빛나고
검은옷의 얼굴들과 초췌한 유족
무심히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근조화환들이
분별되지 않은 채 늘어서 있었다
몇 번쯤 손을 탔을까, 지쳐 있는 국화 다발 속에서
그나마 앳된 놈 하나 뽑아 제단 위에 올려두고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고인 앞에 예를 올렸다
그분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느 문상객이
엎드려 절하는 도중 되내이고 또 되내이면서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하지 않을 이 일에서
얼마나 도망치고 싶어했을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국화는 그 자리에 남고
그분은 조용히 내려다 보고
상주와 맞절을 마친 문상객은 검은옷의 무리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마치 문상객이 뜸한 틈을 타 쪽잠을 자려는 상주처럼
만난 사람들과 잠시 인사를 나누고
구석으로 옮겨 앉아 어색하게 웃거나 또 가끔 탄식했다
검은옷의 얼굴들이 자리를 일어섰다
썰물처럼 병원을 나섰다
때는 자정이었다

(201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