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고 웃었다

[자작시] 신분세탁자

misterious Jay 2023. 4. 26. 17:51

주민센터에 들어서자 그 중 누군가의 눈빛이 빛난다

빛났을 거라 생각한다

그는 그의 빛나는 눈빛을 숨길 수 있었을 것이므로

그는 특별한 평범한 사람이다

9급 지방공무원으로 접수대 앞에 앉아 있지만

5급 국가공무원 급의 명예와 4급 국가공무원 급의 책임감으로

모 국가기관에 채용된 지 10년 차 비밀요원이다 

일종의 파견으로 저 자리에 앉아 있는 그는

언제나 평범한 모습으로

위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그렇다는 거다

나는 그의 존재는 알지언정 그가 누구인지는 모르므로

저 접수대 앞에 앉은 평범한 일곱 명의 한 사람으로 저렇게 앉아 있는 것이다

혹은 일곱 명 전부일는지도 모르지

 

그는 첨단 정보 기술을 훈련 받지 않았다

그랬더라면 7년 묵은 컴퓨터로 AR VR에 못 뽑아내는 정보가 없는

그의 신통한 능력이

들통나지 않을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그는 특공 무술이나 강철 체력을 훈련 받지 않았다

그랬더라면 오후 3시의 노곤함을 커피 한 잔 대추차 한 잔에

아닌 척하는 저 미묘한 자세와 표정을

도저히 만들어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아주 평범한 모습으로 티

나지 않게 저 자리에 앉아 평범한 수

요일의 오후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고서야 

 

비상한 일과의 바쁜 중에 볼일 보러 찾아온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2023. 04.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