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위한 준비/작품 더 읽기

[작품 읽기] '심인(尋人)' (황지우) 읽기

misterious Jay 2023. 7. 14. 16:56

 

‘김종수’ 80년 5월 이후 가출

소식 두절 11월 3일 입대 영장 나왔음

귀가 요 아는 분 연락 바람 누나

829-1551

 

‘이광필’ 광필아 모든 것을 묻지 않겠다

돌아와서 이야기하자

어머니가 위독하시다

 

‘조순혜’ 21세 아버지가

기다리니 집으로 속히 돌아와라

내가 잘못했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

똥을 눈다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문학과지성사, 1983

 
 
 

‘심인(尋人)’은 사람을 찾는다는 말이다. 신문 광고란에 실리는 작은 사람 찾는 광고들을 가리킨다.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은 3연에 걸쳐 사람 찾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4연. 이 작품의 작중 장면이 비로소 한순간에 드러난다. 아직 수세식 화장실도 두루마리 화장지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던 80년대 초반, 화장실은 그야말로 쭈그리고 앉아 신문지를 잘 구겨 화장지 대용으로 삼던, 좁고 냄새 나고 고통스럽기까지 한 고약한 공간이었다. 그러니까 화자는 지금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이내 똥닦개로 쓸 신문지를 심심풀이 삼아 읽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 실린 기사들이란 어떤 사연들을 배경에 두고 있을까.

 
 
 

문학성, 곧 문학답다는 것의 의미

 

시는 건조한 일상의 기록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만약 시를 정서적 표현들로 이루어진 언어 형식이라고 본다면, 이 작품은 제대로 된 시로서 평가 받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 작품을 시로서, 문학으로서 받아들이기로 했다면, 우리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문학은 언어 예술이다. 언어를 통해 심미적 체험을 형상화함으로써 형성된다. 하지만 형상화를 통해 얻게 되는 심미적 형식은 독자의 가치 있는 경험 속에서 획득되는 것이기에 문학성, 곧 문학의 문학다움 또한 작품의 생산과 수용의 전체 과정에서 작자와 독자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가치가 서로 만나 함께 누려지고 풍부해지면서 형성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시와 일상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넘나들면서 시가 삶에 대해 말하지 못할 때의 무력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거꾸로 말하면, 일상은 얼마나 문학적인가. 헤일 수 없는 많은 사연들이 집 나가 행방을 알 수 없는 젊은이들을 만들어 낸다. 폭과 높이가 1센티미터, 4센티미터도 되지 않는 작은 광고를 도대체 누가 읽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가족이라는 관계를 회복하고자 애간장이 탄다. 그것은 누구의 탓인가. 이것은 폭로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기에.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풍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이 어느덧 똥을 누는 것만큼 일상적인 일이 되어 있으므로.

 

 

나는 쭈그리고 앉아

똥을 눈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