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문 광야에서 국어교육을 하는 아흔아홉 가지 방법 이 발표는 코로나-19의 전지구적 유행(pandemic)과 그 이후 촉발된 중대한 사회 변화 속에서 국어교육이 새롭게 모색해야 할 방법적 변화는 무엇인지 고찰하는 것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를 다루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먼저 제기한다. 하나는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국어교육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만한 중대 계기가 되느냐 하는 질문,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달라지는 것 가운데 질적인 변화에 해당하는 교육 방법을 기존의 것들과 분별할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 이 두 질문은 서로가 서로에게 귀속적이어서 잘못하면 우리로 하여금 논리의 순환론에 빠지게 할 수도 있지만, 다만 이 발표에서는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인한 변화 중 하나인 비대면 상호작..
1. 프롤로그 : 비유법, 수사법, 그리고 비유 학교 현장에서 곧잘 인용되는 수사법(또는 수사학)의 분류 체계에 따르면, 수사법은 비유법, 강조법, 변화법을 하위 범주로 가진다. (수사법을 다룬 어떤 일본 서적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는데 사실 출처도 명확하지 않고 어떤 논리와 근거에서 이러한 분류 체계를 취했는지 역시 밝혀져 있지 않다고 한다.) 수사법으로 통칭되는 것들은 대부분 이 용어의 영어 표현인 figure of speech가 나타내는 것처럼 전언의 형태와 연관된 특징적인 표현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강조법이니 변화법이니 부르는 것들은 일반적인 어순을 의도적으로 일탈함으로써 문자적 의미가 드러내지 못하는 새로운(이 경우 참신한, 초점화된, 낯설게 보이게 하는) 의미나 뉘앙스를 갖게 한다. 따라..
한 시간 전쯤 들어와 있던 환자는 연방 신음을 내고 있다 그 소리는 절반은 여왕의 목소리 절반은 이방인의 목소리를 닮았다 소리는 전언의 중계자를 찾고 있었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나 하나인 듯했다 나는 통역의 능력을 갖지 않았다 그는 곧 이곳의 여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성 안에는 나의 여왕이 있다 이 성에서 밤을 새 본 문지기는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밤중을 찾을 여왕 추대자들은 없으리라 그 대신 앞으로도 계속 들이닥칠 먼 나라의 사자들이 성 밖에 이미 도착해 준비하고 있다 소리는 점차 중계자 없이도 여왕의 권위를 닮고 있었다 나의 늙은 여왕은 그 사이에도 수많은 사자를 물렸고 그럴 때마다 칭병하였다 하지만 먼 나라에서 온 사자는 사랑도 없이 사랑의 징표를 잔뜩 준비했다 나는 늙은 여왕을 사랑했..
미스테리어스는 Jay의 두 번째 캐릭터 미스티블루가 꿈꾸던 은밀한 욕망 경이롭고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의 이름을 비틀어 세상에 없는 철자를 입고 자라난 뻔뻔하고 재기 넘치는 재연의 연기자 기술과 환영으로 영웅이 되었던 미스테리오와는 혼동하지 마세요 그는 이트륨을 가지고 있고 내게는 아이오딘이 있지요 미스테리오가 비열한 욕망으로 추락하기 전부터 루차도르, 루차도르! 레이 미스테리오에 영감을 받았던 캐릭터 선과 악이 혼란스러운 세계에선 가끔 빌런도 흉내 내 보고 본체가 하고 싶은 일을 멋대로 대신 해 보는 미스테리어스 미스티블루가 있기 전 깊고 푸른 밤이 있기 전부터우울한 회의주의자에게 남아 있던 희망의 내면 풍경 (2021.02)
사랑하는 청취자 여러분오늘도 여러분과 한 시간좋은 노래와 사연으로행복하게 보냈네요아, 그리고 인터넷으로 실시간 참여하시는 시청자 여러분도 계신데요오늘도 많은 분이 사연을 남겨 주셨어요동접 삼천 분, 좀 아쉽지요. 우리 동접자 만 명 목표 채워 봐요그 중에 몇 분의 사연만 읽어드리게 된 것도 아쉬운데요특이하게도 오늘은 그림 엽서 한 통이 스튜디오에 도착했네요요즘 엽서로 사연 신청하는 거 여러분도 낯설 거예요여행 중에 일부러 보내신 듯한데, 와 ㅡ보내신 지 사 개월만에 도착했어요유튜브로 보시는 시청자 분들께서는 이거 보이시죠앞, 뒤, 이렇게신청곡이 그때는 인기절정의 곡이었는데죄송해요, 오늘은 곡들이 꽉 차서다음에 기회되면 꼭 보내드릴게요아, 그리고 채팅창으로 계속 비티에스 신곡 틀어달라고 하신사막여시9705..
바람은 시시각각 방향을 바꾼다지만나에게는 언제나 같은 방향이다바람을 마주대하기로 했을 때가야 할 방향을 정해둘 까닭이 없다다르게 부는 게 바람의 생리인 듯해도 바람은 항상 같은 방향으로 분다 바람에 묻어 있는 냄새는산에서 내려오는 것과 골목을 훑고 나오는 것이다르다, 길 건너는 횡단보도의 노란 페인트 줄무늬 위에서 다르고 첫 번째 골목인가 힐끗거리다가 갑자기방향이 바뀌어 두 번째 골목으로 들어설 때도다르다바람이 기억에조차 없는 옛동네로 나를 인도할 때알 수 없는 방향에서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다만 나는 바람에 묻은 무수한 냄새들을 따라 바람의 길을 찾는다 항상 거기 있을 것만 같은 동네로 바람이 나를 이끌리라하지만 바람은 수시로 방향을 바꾸고 나는 그곳이 어디인지 모른다 바람은날카로운 수백 개의 바..
서울 밝은 달 지는 새벽 못 마친 일을 남기고 자리에 들었을 때 딱 걸렸다 너는 ㅡ 헐고 약해진 몸이란 어찌할 도리 없는, 이미 벌어진 순리 ㅡ 다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ㅡ 잠도 안 오는데 깨어 있는 ㅡ 책상 위에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는은밀한 손길로 다시 안경을 찾아와 건네줄 때너는나를 고장내고 있었던 게다 그리하여 방금 나는 고장나고 있는 몸의 경과를 목격하게 된 것이다 내 것 아닌 양 빼앗고 은밀히 언젠간 버릴 요량이었다가 들켜버린 채 멀쑥한 표정으로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리며 나와 같은 곳을 보고 있는 너는 (2021.2.13)
내 집 앞을 지나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내 앞집 남자다 매일 같이 내 집 앞을 지나면서 매일 다른 주머니를 차고 주머니에서는 매일 다른 소리가 울린다 그는 얼굴도 본 적이 없고 누군지도 모르는 그는 매일 다른 주머니를 차고 내 집 앞을 지나며 소리를 울린다 그는 수상쩍은 내 앞집 남자다 매일 달라지는 주머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물건이 들어 있다 그것은 본 적도 없고 상상하기에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지만 그 물건은 그가 가진 전부일 게다 한때는 댕글댕글 보글보글 이런 소리가 들리다가 요즘은 왈강달강, 부스럭거리는 수상쩍은 소리를 낸다 그러면 그 남자는 조심스럽게 집 앞을 지나쳐 소리를 숨기려 하지만 수상쩍은 소리를 내는 그 주머니는 수상쩍은 내 앞집 남자의 사정을 공포라도 하듯 외려 소리를 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