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돈을 좇다가
생활이 팍팍해지니돈이 숫자에서 진자(振子)로 바뀐다 거진 하루를숫자만 바라보는데 꿈뻑거리다가꿈틀거리다가뛰어내리다가 솟구치다가뒤틀다가 접히기도 늘어지기도 하는데매양 찰나를 노려 잡으려 하면여전히 잡을 수 없는 건 진자라서이고생활은 여전히 팍팍한 것은 숫자 때문인데 한 편의 영화를 흥분되게 무섭게 서늘하게즐겁게 보고 나서 끝인 것과는 다른 끝어느날은 그렇게 팍팍하였다(2026.03.)
생활이 팍팍해지니돈이 숫자에서 진자(振子)로 바뀐다 거진 하루를숫자만 바라보는데 꿈뻑거리다가꿈틀거리다가뛰어내리다가 솟구치다가뒤틀다가 접히기도 늘어지기도 하는데매양 찰나를 노려 잡으려 하면여전히 잡을 수 없는 건 진자라서이고생활은 여전히 팍팍한 것은 숫자 때문인데 한 편의 영화를 흥분되게 무섭게 서늘하게즐겁게 보고 나서 끝인 것과는 다른 끝어느날은 그렇게 팍팍하였다(2026.03.)
너와 나 사이에그것이 있어야 한다아무렇지 않아도 되고어찌하지 않아도 되고그저 그 자리에 있기만 한다면그것 덕분에 너와 나 사이에넘치지 않을 만큼의 자리가 생기고너그러움이 생긴다면너의 공간이 생기고나의 공간이 생긴다면다만 그것이너와 나 사이에 있지 않고적당히 떨어져 있어서아름다운 삼각형을 이룰 수 있다면허용과 당위 사이에 빈틈이야 얼마든지얼마든지(2026.03.)
의식을분리하고시간의 겹 아래(과거시점에가능했던복수의미래시간중하나인)대체시간을 접합 시켜되돌리면나는시간의패러독스없이현재시간의붕괴없이나를 가능세계 로보낼수있다.어제고일년전이고삼삽년전이고간에나를보낼수있다.이로써시간여행완성된다.언제고 남겨지는 건 나일 뿐.(2025.11.28)
주민센터에 들어서자 그 중 누군가의 눈빛이 빛난다빛났을 거라 생각한다그는 그의 빛나는 눈빛을 숨길 수 있었을 것이므로그는 특별한 평범한 사람이다9급 지방공무원으로 접수대 앞에 앉아 있지만5급 국가공무원 급의 명예와 4급 국가공무원 급의 책임감으로모 국가기관에 채용된 지 10년 차 비밀요원이다 일종의 파견으로 저 자리에 앉아 있는 그는언제나 평범한 모습으로위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그렇다는 거다나는 그의 존재는 알지언정 그가 누구인지는 모르므로저 접수대 앞에 앉은 평범한 일곱 명의 한 사람으로 저렇게 앉아 있는 것이다혹은 일곱 명 전부일는지도 모르지 그는 첨단 정보 기술을 훈련 받지 않았다그랬더라면 7년 묵은 컴퓨터로 AR VR에 못 뽑아내는 정보가 없는그의 신통한 능력이들통나지 않을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그는..
기다림이 모두 숫자로 바뀐정류장 오늘의 벤치가만히 앉아도 그리움은 없다고갤 돌려 목 긴 얼굴로 설레던 그대를 기다리던 이 자리습관이 되어 기둥처럼 서 있고버스를 떠나 보내고 다시 또 떠나 보내기까지기다리고 있었다그리운 그대를 대신하여B612 같은 숫자들이 하나씩을 빠지면서도그리운 그대가 오지 않아도 (2021.03.15.) * B612: 어린 왕자가 살던 소행성 이름.
몸은 느리게 반응하는데마음은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다느릿느릿하게 느림을 연기하면서느린 반응을 핑계대지만느리게느릿느릿함을 연기하면서도마음은 조바심에 쪼그라들고 있다 어찌해야 하나 그이의 말에한마디 대답으로 온 세상이 달라질 것을 (2021.03) ※ 수시로 현실과 꿈(무의식) 사이를 넘나들며 인셉션 작업을 수행하던 주인고 코브는 아내 멜이 현실과 꿈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며 심한 우울증에 빠지자 꿈 속에 그녀를 보호할 림보, 즉 무의식이 무한히 겹쳐진 공간을 구축한다. 이 세계 속에서 멜은 현실로 돌아오는 것을 거부한다. 나아가 실제 현실을 무의식 속이라고 생각하면서 여기서 탈출하기 위해(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데 이로 인해 실제로 죽음을 맞게 된다. 아래의 해변 장면은 코브가 멜의 ..
한 시간 전쯤 들어와 있던 환자는 연방 신음을 내고 있다 그 소리는 절반은 여왕의 목소리 절반은 이방인의 목소리를 닮았다 소리는 전언의 중계자를 찾고 있었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나 하나인 듯했다 나는 통역의 능력을 갖지 않았다 그는 곧 이곳의 여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성 안에는 나의 여왕이 있다 이 성에서 밤을 새 본 문지기는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밤중을 찾을 여왕 추대자들은 없으리라 그 대신 앞으로도 계속 들이닥칠 먼 나라의 사자들이 성 밖에 이미 도착해 준비하고 있다 소리는 점차 중계자 없이도 여왕의 권위를 닮고 있었다 나의 늙은 여왕은 그 사이에도 수많은 사자를 물렸고 그럴 때마다 칭병하였다 하지만 먼 나라에서 온 사자는 사랑도 없이 사랑의 징표를 잔뜩 준비했다 나는 늙은 여왕을 사랑했..
어느 날 신경 가닥이 머리카락을 타고 올라가 한 올 한 올마다 감각들이 살아났다 머리카락은 모자를 감당하기 힘들어졌다어떤 군인들은 모자를 대신해 제복을 화려하게 맞춰 입었고계급을 수놓을 원사의 색상 표준화가 시급하고 중요한 안건이 되었다어떤 군인들은 머리카락을 불온사상의 온상으로 금지시켰다감각을 기피하는 유행이 계속되었고 병졸들에게는 고통이 억압의 다른 이름이었다 머리카락은 조금이라도 자라면서 무거워 감당하기 힘들었다긴 머리카락은 보험 적용을 못 받는 사람,그 대신 짧은 머리카락은 신부, 승려, 목사가 맡았다세상은 구원받지 못한 곳,묶어놓아도 아프고 땋아놓아도 아팠다묶지도 땋지도 않고 풀어놓아도 바람에 나부끼니 고통스러웠다 머리카락으로 먹고 살던 이십이만 명의 미용사들이 마취과 의사 면허를 따고 삽십이만..
미스테리어스는 Jay의 두 번째 캐릭터 미스티블루가 꿈꾸던 은밀한 욕망 경이롭고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의 이름을 비틀어 세상에 없는 철자를 입고 자라난 뻔뻔하고 재기 넘치는 재연의 연기자 기술과 환영으로 영웅이 되었던 미스테리오와는 혼동하지 마세요 그는 이트륨을 가지고 있고 내게는 아이오딘이 있지요 미스테리오가 비열한 욕망으로 추락하기 전부터 루차도르, 루차도르! 레이 미스테리오에 영감을 받았던 캐릭터 선과 악이 혼란스러운 세계에선 가끔 빌런도 흉내 내 보고 본체가 하고 싶은 일을 멋대로 대신 해 보는 미스테리어스 미스티블루가 있기 전 깊고 푸른 밤이 있기 전부터우울한 회의주의자에게 남아 있던 희망의 내면 풍경 (20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