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오랫동안 시 쓰는 것을 잊었더랬다. 함부로 쓸 수 없는 것이라고 배운 뒤로 시는 써서는 안 되는 것이 되었었다. 나쁜 시 같으니라구. 아주아주.
공부 중/문학교육

[노트] 전수를 통한 교육, 그 성패의 조건은?

“교육은--특히 문학 교육은-- 사회 집단이 보유하고 있는 기억 장치의 근대화된 형태이다. 즉, 소위 문화라는 것을 구성하는 일단의 지식과 지혜를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수하는 기능을 한다.” 전통적으로 지식과 지혜의 전수라는 측면에서 교육은 교육의 내용을 결정하는 선임자들의 집단과 이를 습득하여 계승하는 후임자들의 집단으로 이원화(二元化)되어 왔다. 연륜(年輪)이나 고전(古典)은 지식과 지혜를 보증하는 가치의 기반이었다. 그런데 생물학적 세대 관념이 퇴색한 현대 사회에 이르러 선임자와 후임자간의 동시대성은 이러한 교육적 기반을 흔들어 놓고 말았다. 또한 인간의 기억을 대리할 저장매체들의 등장은 선임자들과 이 매체들에 급속히 접근하게 된 후임자들간의 경쟁을 낳았다. 그에 따라, 앞 세대의 기억 속에 ..

공부 중/문학교육

[단상] 문학 수업에서 상호작용이 요구되는 경우는?

문학 감상은 일반적으로 개인의 내면적 체험 과정으로 설명된다. 이렇게 본다면, 문학교육은 개별화 학습을 전제로 교수학습을 설계해야 옳다. 하지만 교육적 상황이라는 특수성, 즉 학습 독자가 적절한 문학적 체험을 하지 못하고, 이것이 문학 감상 교육을 요구한다는 특수한 상황성을 고려한다면, 상호작용의 교수학습적 의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경우, 문학 교수학습의 상호작용은 활동 차원에서 이해되곤 한다. 활동은 학습을 뒷받침하기는 해도, 보장하지는 않는다. 문학 감상이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하면, 이는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의 과정을 경유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이해의 기반에 다양성이나 보편성의 맥락이 자리잡고 있고 학습자는 이를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획득한다. ..

공부 중/문학교육

[단상] 가르칠 수 없다면 교육할 수 없는가?

간혹 학문적 관계에서 일상적 대화를 나누는 도중 어찌어찌 생각해 왔던 것들을 말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왜 논문으로 쓰지 않느냐고 묻는 이가 몇 있었기에 '뭐, 논문 감이 되나? 실증할 수도 없고 주장이라기보다는 믿음에 가깝다고 해야 할텐데.....' 하며 지나치기는 했어도 아쉬운 바 없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문학능력의 교수'에 관한 것이다. 아니, 좀 더 정색을 하고 말하면 교육의 성격에 관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 【타동사】 ① 지식·기능 따위를 깨닫거나 익히게 하다. ┈┈• 음악을 ∼. ② 도리나 바른길을 일깨우다. ┈┈•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 ③ 상대방이 아직 모르는 일을 알도록 일러 주다. ┈┈• 비밀을 가르쳐 주다. ④ 타일러 경계하다. 지각·인식을 높이다. ┈┈• 역사가 가르치는 교훈...

시 쓰고 웃었다

[쓰다] 익숙하지 않은 밤

8시 반쯤 집을 나와 언주로를 타고 북으로 달리다가 두 번 방향을 꺾어 동호대교를 건넜다 이렇게 몇 차례 길을 타고 방향을 꺾어가며 병원 장례식장에 이르렀을 때 삼일 낮밤이 꿈결 같이 지나갔던 지난 해 끝자락 아버지의 마지막 거소의 그 익숙한 분향소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내 검은 구두가 형광등에 연신 빛나고 검은옷의 얼굴들과 초췌한 유족 무심히 자기들끼리 얘기를 나누는 근조화환들이 분별되지 않은 채 늘어서 있었다 몇 번쯤 손을 탔을까, 지쳐 있는 국화 다발 속에서 그나마 앳된 놈 하나 뽑아 제단 위에 올려두고 한 번도 뵌 적이 없는 고인 앞에 예를 올렸다 그분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느 문상객이 엎드려 절하는 도중 되내이고 또 되내이면서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하지 않을 이 일에서 얼마나 도망치고 싶어했을..

시 쓰고 웃었다

[쓰다] 흔적

하룻밤이 지났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밤을 새워 고심하던 문서 연애에 관한 문서 아직 이름도 갖지 못한 문서 하나 사라졌을 뿐이다. 새기지 않은 서판에 남겨져 있지 않은 흔적에 미련이 머문다 만들다 만 요리에는 남겨져 있지 않은 흔적 존재하지 않는 조리에만 남은 차가운 흔적 연애에는 남아 있지 않고 좌절된 생각들에 상처로 남은 흔적 (2012.03.21) * 어떤 문서일지 고심하면서 백만 개의 단어를 소환하였다 모든 가능한 의미들에 '연애'가 가장 부합하였다 놓아 두었던 단어가 다시 돌아왔다

나/한 아이 돌아보았네, 나는

[회상] 존, 조. 영어식 이름의 한 기원

지난 해 돌아가신 아버지는 은퇴 전에는 목사이셨다. 32년인가 목회 활동을 하셨는데, 그중 절반 이상 병중에 계셨다. 그래도 젊은 시절에는 매우 활달하셔서 일에 대한 욕심도 크고 타지로 다니시기도 꽤 하셨더랬다. 해외 선교도 자주 나가셨는데, 그 당시 선교사를 지원 받는 처지에 있던 한국의 상황에서 외국으로 선교를 나간다는 건 어린 나이에도 좀 이상하게 여겨졌다. 나중에 생각하기로, 그건 아버지의 자기 성취욕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봉사하는 교회의 규모는 내가 대학생이 되면서 집을 벗어나기까지의 20년 가까이 별로 바뀐 게 없었다. 게다가 이미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른바 기독교의 부흥기에 동료 목회자들의 교회는 준대형이나 대형 교회로 커 가고 있었다. 그 시절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다른 방향으로의..

취향의 시종/펜과 잉크-기억을 위한 오래된 수단들

[만년필] Lamy 2000 Fountain Pen(s)

오늘은 Lamy 2000. 라미의 대표적인 만년필이지요. 강화 유리섬유(Makrolon) 재질에 EF, F, M, B 네 가지 닙의 만년필들을 가지고 있지요. 단단한 촉감이지만 부드럽게 써지는 것이 강점입니다. 잉크가 잘 마르지 않도록 닙의 상당 부분이 피더 안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그중 이 녀석은 실사용. 캡의 끝 부분에 크랙이 있어서 글루 처리를 한 녀석입니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편하게 가지고 다니고 편하게 써도 부담이 없다는 것! 귀찮아서 그냥 외관만 찍어 두었습니다만, 잉크 주입 방법은 플랜저 방식이며, 불투명에 가까운 반투명 창을 통해 잉크 주입 상태가 확인이 됩니다. 오늘은 톨스토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연달아 사진만 올려 놓습니다. "근대적이며 기능적이고 인간 환경공학적 기술의 명백..

나/내 기억 속의 문화들

[일상] 황학동 풍물시장(서울풍물시장+동묘 앞 풍물시장)

지난 토요일, 곧 3월 1일에는 둘째 딸아이와 서울풍물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출사를 하려고 계획을 세웠다가 오히려 딸아이가 여길 가 보자고 보채는 바람에 그냥 D-lux4 하나 들고 지하철로 나왔습니다. 거리 노점이 철시되어 겉멀쩡한 시장으로 탈바꿈한 것은 서울시에서 개발한 재미없는 홈페이지를 통해 진작부터 알고 있었거니와, '2층에 담배 냄새가 심하다', '바가지 씌우는 게 도가 지나치다.' 등등의 구설들 때문에 실망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이 많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쪽으로 옮기기 전에 동대문 운동장 일부를 사용할 때에는 비록 단층이라고는 해도 분위기는 골동품 상가라기보다 고물 상가 같은 느낌이었더랬지요. 옮긴 곳은..... 여전히 마찬가지였습니다. 도저히 예상되는 고객이 있을 리 없을 고물..

나/일상 허투루 지나치지 않기

[일상] 둘째 딸의 해적 놀이

느닷없는 딸아이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어렸을 때 동생과 의자와 의자 위에 이불을 덮어두고 무슨 탐험이니 무슨 기지 놀이니 하며 놀았던 게 생각났다. 그건 '소년소녀 세계명작전집'을 읽으며 불붙은 내 상상력의 거의 유일한 실현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문득 딸아이에게서 비슷한 모습을 발견한다. 너는 집과 학교와 학원 사이 어디쯤에 묶여 있었던 게로구나. 너를 봉인에서 풀어줄 수 있는 이것이었구나. 장착도구 : Zara에서 내가 맘에 들어 사 준 귀덮개모자, 눈 피로 때문에 약국에서 구입했던 냉팩 안대, 캐나다 살 때 할로윈 데이 준비를 위해 파티용품 점에서 구입했던 해적 코스튬 중 안대. ...... 둘째 아이는 첫째보다 더 엉뚱하다. 그리고 창의적이다.

재미있긴 이게 가장 재미있음/피식하고 웃었음

[유머] 긍정+긍정이 부정의 의미를 갖게 될 때?

우스갯얘기에서 모 대학의 어느 강의 시간이었다. 문법에 대한 강의였는데, 긍정 표현과 부정 표현에 대한 내용이었다. 교수가 말하길, "대부분의 언어는 긍정과 부정의 뜻이 이어지면 부정의 뜻이 되며, 부정과 부정의 뜻이 이어지면 긍정의 뜻이 됩니다. 다만 러시아어에서는 부정과 부정의 뜻이 이어져 부정의 뜻을 갖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긍정과 긍정의 뜻이 이어지는 경우 부정의 뜻을 갖게 되는 언어는 지구상에 없습니다." 그러자 어떤 학생이 말하길.... . . . . . "잘도 그러겠다."

misterious Jay
긁적거리면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