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의 수다교수 담화의 다섯 가지 요소 최지현(국어교육과 교수) 담화 중에는 담화 참여자들의 불평등한 권력 관계가 담화의 형식을 통해 드러나고, 유지되고, 심지어 야기되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종교 담화, 경찰 담화, 법정 담화, 의료 담화 같은 것들……. 이 담화들은 고해 성사나 취조, 심문, 문진 같은 담화를 통해 담화 참여자인 신부(목사, 스님 등도)와 신자, 경찰과 피의자(증인, 심지어 피해자까지), 검사(변호사, 법관 등도)와 피고(증인, 심지어 원고까지도), 그리고 의사와 환자 간의 불평등한 권력 관계를 보여준다. 알게 모르게 그 관계를 강화한다. 어떻게? 일반적인 의사소통 관계에서와 달리, 이 관계에서는 아는 자가 묻고 모르는 자가 답을 해야 한다. 답을 하는 자는 묻는 자의 심중을 따..
잠시 후 동녘대모산 너머 남한산 넘어빛 뿜으며 넘쳐올 때면막 시작한 새해가 실감날 거야 또렷이 아침이 떠오를 거야 희망, 어린 계획들도 세워 두었고어김없는 시간이 예고대로 다가온다네 새해도 아침처럼 떠오르겠지밝은 날 새로 시작하는 널손 잡아 주겠지 첫날의 아침 햇살서로 나누겠지 그때까진아직 어둡고바람은 찰 거야해야 할 일이남아 있고밤은 새었어도갈 길은 먼아침 아닌 새벽이재촉하는 새벽이(2016.01.01)
바위사리, 박순호 바위 하나 굴러 떨어졌네각으로 세워졌던 삶이강바닥을 떠돌면서파도에 휩쓸리면서바람이 베어가고햇살이 파내가고다 내어준 뒤바위의 몸에서 뭇별 같은 모래알사리가 쏟아져 나왔네 잉여 「바위사리」는 바위와 모래알의 인접성 관계로부터 불교적 정진(精進)과 ‘사리’를 떠올려낸 재미있는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사리는 정진이 내면적인 과정이라는 것과 연계되어 존재의 내부에서 형성된 고갱이를 빗대어 표현하는 소재로 활용되곤 한다. 그래서 문병란은 ‘시(詩)를 ‘재 속에서 추리는 마지막 사리(舍利)’(「시」)에 빗대어 표현한다. 그런데 바위가 깨져 나가며 ‘사리’가 된다니. 이것은 맥락을 놓친 무리이거나 새로운 발견인 셈인데, 나는 후자 쪽을 응원한다. 바위가 뭇별 같은 사리를 쏟아내는 것이 그만큼 흔해서가 ..
진부한 표현, 혹은 클리세(cliché) 채송화, 조명제 백로(白露) 가까운 언저리담장 위에 내어 놓인 분(盆)의빨강색 채송화철길도 녹여 휘어뜨린다는일만 톤의 햇살을 받고도작은 입 모양을 하고 이쁘게만 피어 웃고 있는저 역광(逆光)의 황홀경, 그 속에 숨어 있는,살을 파고들어 뼈를 찌를 듯매섭게 꽂혀오는 부드러움의 강인한 힘. 이를테면, 나는 시의 배경에 대해 생각할 때에는 배경이 환경이 아닌 풍경으로 역할하게 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풍경으로서의 배경은 그것이 전경과 후경의 관계처럼 초점화된 대상을 부각하는 데 기능하는 경우에조차 그 전체가 하나의 단일한 정조와 분위기를 형성하도록 작용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배경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이미지와 초점화된 대상으로부터 만들어지는 이미지가 서로 겉돌게 되고, 시..
구도와 내용 밥상, 주영현 하루를 마친 가족들 밥상머리 둘러앉습니다.숟가락 네 개와 젓가락 네 벌짝을 맞추듯 앉아 있는 가족 조촐합니다. 밥상 위엔 밥그릇에 짝을 맞춘 국그릇과오물주물 잘 무쳐낸 가지나물 신맛 나는 배추김치나란히 한 벌로 누워있는 새끼 조기 두 마리뿐입니다. 변변한 찬거리 없어도 이 밥상,숟가락과 젓가락이 바쁩니다. 숟가락 제때 들 수 없는 바깥세상 시간을 쪼개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둘러앉게 한 것은모두 저 밥상의 힘이었을까요. 어린 날 추억처럼 떠올려지는 옹기종기 저 모습 참으로 입맛 도는 가족입니다. 「밥상」은 한 가족의 단란한 저녁 식사 공간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밥상 주변을 둘러앉은 네 명의 가족을 ‘조촐’하다고 말할 정도로, 그리고 이 장면을 ‘어린 날 추억처럼’ 보고..
시를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 세 가지가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첫째, 시어의 의미, 둘째, 시어의 의미를 맥락화할 수 있는 구도, 그리고셋째, 맥락의 동조(syntony)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서적 단서들.이것들은 각기 문맥(context of a passage), 문화적 공통감(cultural consensus), 비문자적 자질(non-literal feature of a passage)이라는 요소들을 통해 시와 독자를 연결합니다. 이에 비추어보면 이상의 시를 학생들에게 이해하고 감상하게 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시어의 의미를 알기 어렵고, (기껏 알 만한 어휘들이라고 해도 그것이 문면 그대로의 의미인지 어떤 의미인지를 판정할 만한) 시의 이해 맥락이..
한 학생의 이메일 질문에 대한 답변을 올려 둡니다. 당연히 평가원의 공식적인 답변과는 무관하겠지요? 질문을 읽어 보니, 2004학년도 임용시험 문제 중 하나입니다. 출제 초점도 차이가 있고 배점도 다르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은 교육과정이 바뀌었어도 여전히 중요한 교육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 듣기, 말하기 통합 수업 - 정보 전달하는 말하기와 듣기 - 직접 교수법 등을 한 문제에서 결합 문항으로 출제한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 문제에서는 통합 수업을 설정해 두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기 수업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아래에 밝혀 둡니다. 문제의 오류라기보다는 결함이겠지요.) 아래는 질문 내용입니다. ----- 교수님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첨부파일을 붙인 이유는 제가 답안 구성의 이유로 고민하던..
(국정 국사 교과서(제4차 교육과정기, 1977) 국정을 하면 사상 통제가 이루어질까? 단서. 유신 시대의 국정 교과서는 학생들의 사고를 반공주의적 틀 내에 가두는 기능을 했다. 가설. 국정화는 사상 통제를 가져온다. 독립 변수. '그들'은 억지로라도 국정화를 추진할 것이다. 상수 인간은 현재에 대해 긍정적이다. 종속 변수. 1. (우기는 놈이 이긴다.) 다투는 일은 불편한 것이기에, 변화된 현실에 대해 결국 순응한다. 2. (사람은 복잡한 것을 피한다.) 논점은 복수이지만, 하나가 풀리면 문제가 해소되는 것으로 수긍한다. 3. (이분법은 편하다.)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예측되는 결과. 1. 왠만큼 고집 있지 않고는 중반 이후로 반대론자들은 필패한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