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박인환, '세월이 가면')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에서 '그 사람 이름'은 잊혀진(잊힌) 상태이다. 하지만 그의 존재는 잊혀지지 않았다. 이 둘은 독립적이며, '잊음'의 정도가 아니라 대상의 문제로 이 시에 등장한다. 이것이 이 시의 시작이며 끝이다. 잊혀진 이름은 그것으로 인해 이미 '무(無)'의 상태*1)이기 때문에 ..
‘김종수’ 80년 5월 이후 가출소식 두절 11월 3일 입대 영장 나왔음귀가 요 아는 분 연락 바람 누나829-1551 ‘이광필’ 광필아 모든 것을 묻지 않겠다돌아와서 이야기하자어머니가 위독하시다 ‘조순혜’ 21세 아버지가기다리니 집으로 속히 돌아와라내가 잘못했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똥을 눈다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문학과지성사, 1983 ‘심인(尋人)’은 사람을 찾는다는 말이다. 신문 광고란에 실리는 작은 사람 찾는 광고들을 가리킨다.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은 3연에 걸쳐 사람 찾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4연. 이 작품의 작중 장면이 비로소 한순간에 드러난다. 아직 수세식 화장실도 두루마리 화장지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던 80년대 초반, 화장실은 그야말로 쭈그리고 앉아 신문지를 잘 구겨 화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