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은 위험하다 그-녀는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가능성에 금 그어 놓지 못한다 그-녀의 마음을 붙잡아 놓지 못한다 그-녀를 감시할 수 없다 책은 그-녀의 행동을 막을 수 있다 책이 그-녀의 마음을 붙잡아둘 수 있다 책만이 그-녀를 감시할 수 있다 그-녀를 묶어놓을 책을 가져다 주어라 그-녀를 오랜 생각에 빠지게 하여라 그-녀를 스스로 감시하게 하여라 그-녀는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른다 위험하다 책은 알고 있다 (2011.01.10) Woman Reading in an Interior, by Carl Holsoe 사이트 여행 중에 우연히 아래와 같은 블로그 게시물을 보았다. 책 읽는 여자들이다...라.... http://blog.naver.com/gisant/10030006124
작아진 뒷모습은 흔들리지 않고 발걸음마다 또렷했다 하지만 횡단보도 중간부터 나는 마음이 흔들려 되돌아서고 아닌 게 아니라 이십 년 가까이 이십년 공부 기간 동안 홀로 마음속에 경쟁 상대로 삼고 경쟁 상대가 되어 준 그것이 행복했던 이십년이 되었던 것이었지만 갑자기 되돌아선 것이다 공도 울리지 않고 수건이 던져지지 않고 스스로 작은 뒷모습을 하고선 길을 건너시는 것이다 달리 옮길 더 좋은 땅을 찾기 힘든 당신의 집으로
보은 지나서 상주 김천 넘어가는 길은 한창 배가 고플 때였다 불을 밝혀 식당을 찾아 내달리는 고개와 모퉁이들은 교대하며 식탐을 선동하고 갈 길은 여전히 멀었다 속도를 줄였다가는 내지르며 차는 반복하여 식육 식당들이 연이어 자리 잡은 더 깊은 길로 들어섰다 확고한 편견이 내 어깨 너머로부터 팔을 뻗어와 더 먼 곳을 향해 있었다 -- 거기 식육 식당에선 어떤 야만이 벌어지는 게요? 잘 갈린 칼 대신 도끼가 돌려 있을 법한 식당 주방이 언뜻 보이고 사라질 때마다 자취처럼 차창에 남겨진 '식육'에서 식인을 연상하고 식당 뒤켠 어딘가의 능지처사(凌遲處死)를 연상하고 소나 돼지의 고통스런 사람 흉내를 연상했다, 초파일 연등처럼 식육 식당들이 그림자를 흐려 가며 쫓아오고 차는 가슴을 움찔거리다 내달렸다, 경험이 내 ..
집으로 돌아와 연달아 아홉 번을 방귀 뀌었다 크고 작은 방귀들이 비로소 제 소리를 찾았다 맞지 않는 인간들에 응대하느라 억누르던 방귀가 세 번, 묻지 않는 학생들을 견뎌 내느라 참고 있던 방귀 한 번, 거기에 체면 때문에 방귀 두 번, 소소한 일들에서 뀌다 말고 그만 둔 방귀들까지 도합 아홉 번이다 이걸 참느라 온갖 구질한 냄새와 싫은 소리 내뿜었다 그걸 감추느라 짐짓 모르는 척하는 표정과 엉뚱한 관심 내보였다 (2009.08.31)
선선히 열리지 않는 문 손잡이 돌려 밀어도 열리지 않는 문 몸으로 밀어내려 해도 꿈쩍 않는 당겨도 열리지 않고 끌어도 열리지 않는 문 결국에는 너는 너 혼자뿐인 내가 그려 넣고도 그림의 떡이 되어 버린 문 열리지 않아 좌절하는구나 천국의 문 경주하지도 않고 쟁론하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서 있는 (2009. 03)
시를 쓰다가 그렇지, 밥상 앞에서 당신과 마주 앉아 당신을 보면서 얘기를 하거나 혹은 듣거나 전화기를 내려놓고 당신과 마주 앉아 잠시 물어보자고 당신이 주는 힌트를 시에 걸쳐 놓고 늘어지기 전에 한 줄, 그리고 놓치기 전에 한 줄 마주 앉아 당신과 얘기를 하거나 혹은 듣거나 쓰자고 (2008.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