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뒷모습을 보다
작아진 뒷모습은 흔들리지 않고 발걸음마다 또렷했다 하지만 횡단보도 중간부터 나는 마음이 흔들려 되돌아서고 아닌 게 아니라 이십 년 가까이 이십년 공부 기간 동안 홀로 마음속에 경쟁 상대로 삼고 경쟁 상대가 되어 준 그것이 행복했던 이십년이 되었던 것이었지만 갑자기 되돌아선 것이다 공도 울리지 않고 수건이 던져지지 않고 스스로 작은 뒷모습을 하고선 길을 건너시는 것이다 달리 옮길 더 좋은 땅을 찾기 힘든 당신의 집으로
작아진 뒷모습은 흔들리지 않고 발걸음마다 또렷했다 하지만 횡단보도 중간부터 나는 마음이 흔들려 되돌아서고 아닌 게 아니라 이십 년 가까이 이십년 공부 기간 동안 홀로 마음속에 경쟁 상대로 삼고 경쟁 상대가 되어 준 그것이 행복했던 이십년이 되었던 것이었지만 갑자기 되돌아선 것이다 공도 울리지 않고 수건이 던져지지 않고 스스로 작은 뒷모습을 하고선 길을 건너시는 것이다 달리 옮길 더 좋은 땅을 찾기 힘든 당신의 집으로
수나야, 언닌데 언니 얼마나 사랑해 아니, 언닌데 언니라구, 응 언니 얼마나 사랑해 얼마나 사랑하냐구 뭐 응 김치만큼 사랑한다구 얘, 그런 말이 어디 있니 들었니 수나가 그러는데 날 김치만큼 사랑한대 웃기지 않니 김치가 뭐니, 김치가 (2009.09.29)
보은 지나서 상주 김천 넘어가는 길은 한창 배가 고플 때였다 불을 밝혀 식당을 찾아 내달리는 고개와 모퉁이들은 교대하며 식탐을 선동하고 갈 길은 여전히 멀었다 속도를 줄였다가는 내지르며 차는 반복하여 식육 식당들이 연이어 자리 잡은 더 깊은 길로 들어섰다 확고한 편견이 내 어깨 너머로부터 팔을 뻗어와 더 먼 곳을 향해 있었다 -- 거기 식육 식당에선 어떤 야만이 벌어지는 게요? 잘 갈린 칼 대신 도끼가 돌려 있을 법한 식당 주방이 언뜻 보이고 사라질 때마다 자취처럼 차창에 남겨진 '식육'에서 식인을 연상하고 식당 뒤켠 어딘가의 능지처사(凌遲處死)를 연상하고 소나 돼지의 고통스런 사람 흉내를 연상했다, 초파일 연등처럼 식육 식당들이 그림자를 흐려 가며 쫓아오고 차는 가슴을 움찔거리다 내달렸다, 경험이 내 ..
시를 쓰다가 그렇지, 밥상 앞에서 당신과 마주 앉아 당신을 보면서 얘기를 하거나 혹은 듣거나 전화기를 내려놓고 당신과 마주 앉아 잠시 물어보자고 당신이 주는 힌트를 시에 걸쳐 놓고 늘어지기 전에 한 줄, 그리고 놓치기 전에 한 줄 마주 앉아 당신과 얘기를 하거나 혹은 듣거나 쓰자고 (2008.09.09)
그 사람은 옛날 눈부신 여름 무작정 버스에 올랐던 여행의 종착 낯선 동네엔 햇살 가로수 햇살 아래 눈부신 자태 가만히 듣던 모습 아득했던 길었던 한낮 향기롭던 눈부신 젊은 날 무작정 버스에 올랐던 여행의 시작 (2008.09.09)
존경하는 재판장님 존경하는 의원님께서 존경하는 의원님 하고 부르는 걸 못하게 막아주세요 존경하는 의원님은 존경하는 의원님 하고 부르기는 해도 한 번도 존경 않는 의원님 하고 부르지는 않아요 답답한 의원님 한심한 의원님 멍청한 의원님 하지도 않고 앉으나 서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존경하는 의원님, 네, 존경하는 의원님 하면서 매번 시간을 저당하고 있네요 아마 다 모으면 존경하는 재판장님 (2008.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