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솔직하고 있는 대로만 말해야 몸과 마음의 진정성이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념적 순수성을 교조와 혼동하면 안 된다. 표리부동은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의지가 없는 것이고 그것을 유연한 것이라 여기면 부도덕한 것이라지만 레토릭으로 삼는다면 지혜로운 것이다. 김제동과 주진우가 뉴스펀딩을 한다고 해서 이건 참 재미 있게 무겁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새삼 무얼 소재로? 하던 차에 '티저' 나온 것을 보고 피식! 일부 받아쓰기 언론 기사들 보고서 다시 피식! 속칭 '삐끼'들이 티저로부터 소환되었다. 관객몰이는 순전히 일부 받아쓰기 언론 덕이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는 모르겠다. 댓글 인기 투표로 그때그때 주제를 정한다니.... 허나 본편에서도 이게 전략일 듯싶다, 혹은 그랬으면 좋겠다...
크고 작은 나라의 경계들에서 유랑하는 품사들이 사라지거나 명사로 바뀌는 언어의 주술이 목격되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가르치다는 교육이 되고 알다는 지식이 된다 보다는 경험이 되고 느끼다는 감각이 된다 하다와 되다는 이름 없이 사물들을 따라다니고 있다는 힘들게 살아남아 지배자들이 어떻게 지배자일 수밖에 없는지를 깨닫게 한다 주문은 매번 짧고 빨랐다 무슨 말인지는 너무도 분명히 들렸으나 뜻을 아는 이는 없었다 깃발을 든 명사들이 소나기처럼 몰아쳐 다녔다 모호한 것들은 단죄되고 목이 베어져 아직 빛 들지 않은 그늘에 버려졌다 아직 죽지 않은 몇몇 알다 보다 느끼다 하다 되다 있다 같은 동사들이 응달에서 다리를 잃고 딱딱하게 굳어 가고 있었다 (2015.01.10)
학교는 명사를 가르쳤다 나는 세상의 사물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명사들은 다투어 서로 다른 깃발들을 앞세우고 세밀한 문양을 상징처럼 자신의 어깨 위에 붙였다 그때마다 경계가 생겼다 세상의 사물들이 사물들의 세상을 만들어갈 때마다 나는 단어장에 그것들의 이름을 올렸다 눈이 밝아졌다 사물들의 이름으로 가득찬 단어장은 백과사전처럼 무료했다 (2015.01.10)
행과 행 사이는 얼마나 먼가 얼마나 깊고 얼마나 날카롭게 아픈가 행을 만나면 한 걸음에 지나쳐 버리려다가도 매번 같은 자리를 맴돌게 되는 것인가 지나가지도 않은 징검다리 하나씩 건져 올리는 것인가 사랑하지도 못하고 미워할 수도 없으면서 행을 넘어가기 전에 모든 걸 걸게 되는 것인가 티도 나지 않으면서 행 사이에 끼어서는 나는 여전히 생각하는 것인가 (2015.01.10)
서술로서의 시도 시로서 충분하다. 서술도 시를 이룰 수 있다. 결국 상상의 빈자리는 표현에 의해서가 아니라 수용에 의해서 확인되는 거니까, 결국 어떻게든 상상은 가능하니까. 서술로서의 시란, 수용에 의해 상상의 빈자리가 확인되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기도 전에 이미 표현을 통해 '이걸 네가 상상하라' 하며 요구하는 시이다. 이런 구분에서 서정주의 '무등에 서서'는 서술이며, 황지우의 '벽1'은 서정적 진술이다. ------ 달력 김재언 너를 처음 대한 지 꽤 오랜 날들이 지나갔지만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구나 한결같은 마음이구나 꽃 피고 녹음 들며 낙엽 지고 눈 내리는 사연이 손바닥을 뒤집듯 그리 쉬운 일이 아니련만 사랑인 듯 아무 내색 없이 한 눈빛만 보내는구나 기다리고 있구나 ------ 서술은 아날로..
발견도 시로서 충분하다. 충분하다는 것은 그것으로도 시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언어 유희도 충분히 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좋은 시가 시로서 충분한 것을 뜻하는 건 아니다. 그냥 시라고 불릴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읽는 시는 시로서 충분한 것과 좋은 시 사이의 무수한 예들인 셈이다. 이를테면 아래 시. 이런 건 발견이겠지 -------- 텃밭 추은경 바람이 실어다 준 작은 민들레 홀씨 하나가 내 작은 텃밭에 내려앉아 작은 생명으로 잉태 되었네 햇살이 흔들어 주고 바람이 실어다 주고 달빛이 비춰주니 민들레 홀씨는 다시 바람을 타고 고마운 마음 전하러 어디론가 날아 가는구나 ------ 사실 나는 이런 시는 못 쓴다. 이렇게 써지지 않는다. 이러고 말다니..... 그래서? 그래서? 그러다가 못 쓴다....
새 해 맞고 새 밥 먹고 새 옷 입고 새 차 타고 새 님 보고 그렇게 새 날, 새 아침 맞고 새 노래 듣고 새 마음 갖고 새 거릴 걷고 새 세상 보고 그렇게 새 복도 받으세요 새 별 보고 새 꿈 꾸고 새 눈 뜨고 새 문 열고 새 손 잡고 난 이렇게 (2015.1.1.01:01)
태양에 빨려들어가기 시작한 지구의 어느 한 지점, 거기 아직 끓어오르지 않은 강과 아직 타들어가지 않은 나무들이 잠깐의 유예 속에 떨며 기다리는 그때, 그쯤이면 뻘뻘 땀을 흘리며 극적인 포즈로 삽입에 여념 없는 한 사람도 있겠지 죽음이 오기 전 늦기 전 마지막 순간에 그때, 계속 미뤄지는 절정처럼 도대체 흥분되지 않는 고통스러운 노동 같기만 한 절망적인 존재 증명을 하고 있는 그때, 명분도 핑계도 없는 한 사람이 있는 것이겠지 너 말이야 쏟아져 내리는 들보를 간신히 붙들고는 지붕이라도 건사해 보겠다는 그때, 환상으로도 채울 수 없어 그저 애만 쓰고 있는 그때, (2014.12.24)
Endlessly - Muse There's a part in me you'll never know The only thing I'll never show Hopelessly I'll love you endlessly Hopelessly I'll give you everything but I won't give you up I won't let you down and I won't leave you falling If the moment ever comes It's plain to see it's trying to speak Cherished dreams forever asleep Hopelessly I'll love you endlessly Hopelessly I'll give you everyt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