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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시 쓰는 것을 잊었더랬다. 함부로 쓸 수 없는 것이라고 배운 뒤로 시는 써서는 안 되는 것이 되었었다. 나쁜 시 같으니라구. 아주아주.
공부를 위한 준비/문학범주

[개념] 오독(誤讀, misreading)

오독(誤讀, misreading) :일반적으로 ‘오독(misreading)’이란 텍스트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는 어원상 ‘측정용 막대기’를 뜻하는 kanón, 곧 ‘원전(canon)’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해석은 이러한 원전 개념에 따라 오독을 금기시해 왔고, 같은 전통에서 신비평가였던 윔셋과 비어즐리(William Wimsatt and Monroe Beardsley)는 오독의 원인으로 ‘의도의 오류(Intentional Fallacy)’와 ‘감정의 오류(Affective Fallacy)’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나 가다머(Hans-Georg Gadamer), 야우스(Hans Robert Jauss) 등의 현상학적 해석학자들이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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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을 그려내는 방식 (기형도의 '빈 집')

빈 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사) 이중적 공간으로서의 집 집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 이상한 공간이다. 그것은 보호하는 곳이며 또한 유폐시키는 곳이다. 옛말에 ‘하늘을 지붕 삼고, 구름을 이불 삼고’라는 말이 있어 의지할 데 없는 고아, 정처(定處)할 곳 없이 떠도는 방랑자의 안쓰럽고 서글픈 신세를 빗대었으니, 그래도 쉼을 얻을 수 있고 평온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작지만 지붕이 있어 비를 막아주고 벽이 있어 바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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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수미상응

수미상응(首尾相應)시의 첫 행, 또는 첫 연과 마지막 행, 또는 마지막 연이 같은 형태를 취할 때 ‘수미상응’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미상응이라는 용어를 쓸 때에는 단순히 형태상 중첩, 혹은 이러한 중첩으로 인한 형식적 균제미(均齊美)만을 주목해서는 안 된다. 사실 수미상응을 위해서 반드시 형태상의 일치가 전제되는 것은 아니다. 수미상응은 시상의 흐름으로 볼 때에는 선순환적(善循環的)인 가치 발견을 의미한다. 「파랑새」라는 작품이 그러하기도 하지만, 정말 가치 있는 것은 처음 그 자리에 있었더라는 인식이 수미상응을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대개 처음의 진술은 외양을 그리는 데 반해, 나중의 진술은 내면을 이야기하게 되어 있다. 단순한 반복 진술이 아니라는 뜻이다. 수미상응은 대상의 의미 변화만을 뜻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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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복합 정서'와 '모순 형용'

‘복합 정서’와 ‘모순 형용’ 복합 정서는 일상적으로는 느끼기도 쉽지 않고 또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은 감정의 고조된 상태이다. 복합 정서는 내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쉽게 답을 주지 않기 때문에 편치 않은 심리적 상태이다. 그래서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병리적 상태로 취급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라. 여러분이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데 그의 모습이 당당함과 비굴함 사이에서 혼란스럽다면, 여러분은 그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러한 병리적 심리 상태가 문학에서는 가치 있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인간의 영혼을 정화하고 고양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기도 하고, 그 자체가 성숙의 과정과 지표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문학이 개척하는 인간 내면의 신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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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형용 모순에 놓이는가(한하운의 '파랑새')

파랑새, 한하운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리. (보리피리, 인간사, 1955) 이 작품은 썩어 가는 육체 속에 깃든 한 불우한 자아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시이다. 그의 소망은 죽음을 통해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시적 자아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회피하거나 미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은 체한다. 자신의 삶을 모질게도 포기해 버릴 수 없다면, 어쩌면 이것이 유일하게 취할 수 있는 태도일는지도 모르겠다. 당시로서는 나을 수 없는 병이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던 나병에 걸려 살이 문드러져 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아야 했던 시적 자아로서는 오히려 그러한 몸뚱이를 가벼이 버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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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적 맥락은 어떻게 형성되는가(이육사의 '광야')

曠野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렷스랴 모든 山脈들이 바다를 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여선 지고 큰 江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나리고 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千古의 뒤에 白馬 타고 오는 超人이 있어 이 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陸史詩集, 1946) 해석은 맥락적 단서가 최소화되더라도 가능한 것부터 시도하면서 확장시키는 것이 합당하다.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여 국지적으로 표현된 것과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말하자면, 다른 해석이 그다지 높은 설명력을 갖지 못할 경우 취하게 되는 ‘유보적 판단’의 경우에 한한다. 이런 점에서 여전히 논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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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초상 (이용악의 '오랑캐꽃')

―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태를 드리인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건너로 쫓겨갔단다 구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년이 몇백 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줄께 울어보렴 목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인문평론, 1939.10) 영화 ‘에일리언’을 보면, 끈적끈적한 액체를 흘리고 다니는, 엄청난 힘을 지닌, 마치 파충류처럼 생긴, 그러나 무어라고 규정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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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세상(이용악의 '풀버렛소리 가득 차 있었다')

풀버렛소리 가득 차 있었다 우리집도 아니고 일가집도 아닌 집 고향은 더욱 아닌 곳에서 아버지의 침상(寢床) 없는 최후(最後)의 밤은 풀버렛소리 가득 차 있었다. 노령(露領)을 다니면서까지 애써 자래운 아들과 딸에게 한 마디 남겨 두는 말도 없었고 아무을만(灣)의 파선도 설룽한 니코리스크의 밤도 완전히 잊으셨다 목침을 반듯이 벤 채 다시 뜨시잖는 두 눈에 피지 못한 꿈의 꽃봉오리가 깔앉고 얼음장에 누우신 듯 손발은 식어갈 뿐 입술은 심장의 영원한 정지(停止)를 가르쳤다. 때늦은 의원(醫員)이 아모 말 없이 돌아간 뒤 이웃 늙은이 손으로 눈빛 미명은 고요히 낯을 덮었다 우리는 머리맡에 엎디어 있는 대로의 울음을 다아 울었고 아버지의 침상 없는 최후의 밤은 풀버렛소리 가득 차 있었다. (분수령, 1937)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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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하는 나는 누구인가('오감도-시제일호')

烏瞰圖 : 詩第一號 13인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하오.) 第1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2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3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4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5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6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7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8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9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10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11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12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13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13人의兒孩는무서운兒孩와무서워하는兒孩와그렇게뿐이모이었소. (다른事情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中에1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좋소. 그中에2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좋소. 그中에2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좋소. 그中에1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適當하오.) 13..

공부 중/문식성교육

작문 교사가 생각해야 할 열 가지

1. 우선 주제를 잡게 할 것인가, 구성을 갖추게 할 것인가. 2. 경험의 표현이게끔 할 것인가, 새로운 경험이게끔 할 것인가. 3. 새로운 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에 대해 교사는 지도자여야 할 것인가, 보조자여야 할 것인가. 4. 소재는 긍정적이어야 할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5. 주제는 규범적이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그렇지 않아도 될 것인가. 6. 문체는 객관적인 평가 척도가 있는가, 개개인마다의 특색이 용인되는가. 7. 문예문의 창작이 옹호되어야 할 것인가, 실용문의 집필에 국한되어야 할 것인가. 8. 학생들 가운데는 문재(文才)가 뛰어난 아이가 따로 있는가, 아니면 노력에 의해 글의 완성도가 달성될 수 있는가. 9. 작문의 평가를 위해 모든 학생들의 글을 일괄적으로 평가하는 형식이 ..

misterious Jay
긁적거리면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