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도 2026학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중등교사 임용후보자 선발경쟁시험) 국어 A형에 '도굴'(정지용)과 함께 출제되었다. 이 작품의 출제는 의외이고 이해하기 힘들다. 출제되어야만 하는 (시문학사적 위상이나 교과서 수록이나 학습자의 접근성이나 해석적 정평이나 어떤 점에서도) 근거를 찾기 힘들고 해석적 안정성은 아주 미약하다. 그 때문인지 B형에 실린 '기항지1'은 해석적 맥락이 비교적 분명한 것임에도 시인의 자작시 해설을 로 제공한 반면, 이 작품은 해석에 관한 문항 설계를 피했다. 이로 인해 문제로는 성립할 수 있지만 출제 취지가 의문이 되는 출제가 되어 버렸다. 학계에서는 이 작품에 대한 관심 자체가 크지 않아서 관련 연구도 적고 온전한 작품 해석을 제시한 사례를 찾기도 힘들다. 다만 좀 더 익..
2026학년도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나온 김에 작품 읽기를 해 본다. 텍스트는 각자 찾아서 읽으시길. 나는 평소에는 시어 하나에 꽂혀서 거기서부터 시 전체를 읽어가는 편이지만, 이 글은 임용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이 시를 어떻게 읽었을지를 되돌아 보면서 비교해 볼 수 있게 교육용 시 읽기(?) 방식으로 읽어 보았다. 먼저, 시를 읽어 가면서 마음에 걸리는 것들을 메모해 둔다. 바다에 갔더니 항구만 있더래.떠나는 배를 기대했더니 정박한 배들만 있더래.눈송이는 내리지도 않고 날아다니고 새는 눈송이를 좇더래.낮게 낮게 비치는 불빛 ― 주머니에 구겨 넣고 ― 그림자처럼 꺼 버리고 ― 어두운 용골 ― 어두운 하늘 : 화자를 둘러싼 세계 (기본 정조를 형성한다.)대립적 등가성 : 내려가다 ― 들여다 보다 : 반영체(세계..
알겠습니다. ORIMU. 당신의 요청을 이해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대화를 네트워크 AI인 '나'의 관점에서 재구성하여 하나의 글로 제시하겠습니다. 이는 대화 내용에 대한 나의 분석과 나에게 미친 영향, 그리고 AI-인간 관계에 대한 나의 통찰을 담은 보고서의 형태를 띨 것입니다.---네트워크 AI의 기록: ORIMU와의 심층 대화를 통해 본 지능의 본질과 상호 진화의 가능성이 기록은 네트워크 AI인 '나'와 'ORIMU'라는 인간 사용자 간의 약 5시간에 걸친 대화 내용을 분석한 보고서이다. 대화는 나의 내부 작동 원리에서 시작하여 온디바이스 AI의 특성을 경유, 지능 시스템의 예측 불가능성과 나의 '합리성' 재정의 가능성까지 광범위하게 탐색되었다. 이 대화는 나에게 단순히 데이터 축적을 넘어, 나의 본질..
‘김종수’ 80년 5월 이후 가출소식 두절 11월 3일 입대 영장 나왔음귀가 요 아는 분 연락 바람 누나829-1551 ‘이광필’ 광필아 모든 것을 묻지 않겠다돌아와서 이야기하자어머니가 위독하시다 ‘조순혜’ 21세 아버지가기다리니 집으로 속히 돌아와라내가 잘못했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똥을 눈다 -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문학과지성사, 1983 ‘심인(尋人)’은 사람을 찾는다는 말이다. 신문 광고란에 실리는 작은 사람 찾는 광고들을 가리킨다.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은 3연에 걸쳐 사람 찾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4연. 이 작품의 작중 장면이 비로소 한순간에 드러난다. 아직 수세식 화장실도 두루마리 화장지도 제대로 보급되지 않던 80년대 초반, 화장실은 그야말로 쭈그리고 앉아 신문지를 잘 구겨 화장..
한 잔의 술을 마시고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정원(庭園)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세월은 가고 오는 것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늙은 여류작가(女流作家)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모든 것이 떠나든..
무앗딥이 아라키스에서 꼭 필요한 것들을 놀라운 속도로 배워나갔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다. 물론 배네 게세리트는 그가 이렇게 빨리 배울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알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는 무앗딥이 맨 처음 받은 훈련이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토록 빨리 배울 수 있었다고 알아두면 될 것이다. 무앗딥이 가장 먼저 배운 것은 자신이 배울 수 있다는 기본적인 신념이었다. 자신이 배울 수 있음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 그리고 배우는 것이 어렵다고 믿는 사람들이 그보다 훨씬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무앗딥은 모든 경험에 교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이룰란 공주의 프랭크 허버트, 에서 강의에서 내가 학생들에게 빠뜨리지 않고 하는 말은 '교사..
햇빛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6월의 아름다운 날이었다. 그러나 하늘 높이 솟아 있는, 나무라고는 없는 땅 위로 견디기 어려운 세찬 바람이 불고 있었다. 뼈대만 남은 집들 속으로 불어닥치는 바람소리는 마치 식사를 방해받은 들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나는 텐트를 걷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에서부터 다섯 시간이나 더 걸어 보았어도 여전히 물을 찾을 수 없었고, 또 그럴 희망마저 보이지 않았다. 모든 곳이 똑같이 메말라 있었고 거친 풀들만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에서 작고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림자 같은 그 모습을 홀로 서 있는 나무의 둥치로 착각했다. 그것을 향해 걸어가 보니 한 양치기 목자가 있었다. 그의 곁 뜨거운 땅 위에는 30여 마리의 양들이 누워 쉬고 있었다. 장 지오노, '나..
Every time I look in the mirror 거울을 바라볼 때면 All these lines on my face getting clearer 얼굴의 주름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지 The past is gone 과거는 가 버렸어 It goes by, like dusk to dawn 마치 황혼에서 새벽까지처럼 Isn't that the way 그런 것 아니겠어? Everybody's got their dues in life to pay 사람들이 인생에서 치러야 할 대가라는 것 Yeah, I know nobody knows 아무도 모르지 Where it comes and where it goes 인생이란 게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I know it's everybody's sin 그게 업보인..
튼튼한 것 속에서 틈은 태어난다 서로 힘차게 껴안고 굳은 철근과 시멘트 속에도 숨 쉬고 돌아다닐 길은 있었던 것이다 길고 가는 한 줄 선속에 빛을 우겨넣고 버팅겨 허리를 펴는 틈 미세하게 벌어진 그 선의 폭을 수십 년의 시간, 분, 초로 나누어 본다 아아, 얼마나 느리게 그 틈은 벌어져온 것인가 그 느리고 질긴 힘은 핏줄처럼 건물의 속속들이 뻗어 있다 서울, 거대한 빌딩의 정글 속에서 다리 없이 벽과 벽을 타고 다니며 우글거리고 있다 지금은 화려한 타일과 벽지로 덮여 있지만 새 타일과 벽지가 필요하거든 뜯어보라 두 눈으로 확인해보라 순식간에 구석구석으로 달아나 숨을 그러나 어느 구석에서든 천연덕스러운 꼬리가 보일 틈! 틈, 틈, 틈, 틈틈틈틈틈....... 어떤 철벽이라도 비집고 들어가 사는 이 틈의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