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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시를 쓰고 손은 긁적거린다 시는 질투하지 않는다 손은 긁적거린다
시 쓰고 웃었다

[쓰다] -었었-

문제란 세상으로의 투신도 아니고 졸업을 할까 말까 하는 것도 아니고 연애의 끝도 아니고 -었었-이었었다, 이렇게 지금은 쓸 수 있게 되었지만 쓸 수 없었다 -었었-은 80년대 초반까지는 완료로 배웠고 80년대 중반 이후론 낭비였으니까 완료는 과거를 중첩시키고 중첩되는 것은 축적되는 게 아니라 그저 불필요하다고 떠밀려 사라지는 것이었으니까 그러면서도 -었었- 하며 혀를 잇몸에 부딪힐 때마다 잘리고 떨어져 나가 없어지는 기억들이 안타까웠던 것이었으니까 나도 동조를 했던 거다 -었었-을 쓰지 않고 아니 -었었-을 쓰지 못하고 알고 보면 완성된 기억들이 별로 없었으니까 그렇게도 이룬 것 없이 방황하면서도 간직하고 싶은 것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괴로웠었었던 것이니까 (2011.06.23)

공부를 위한 준비/문학적 주제들

[문학공부] 어떻게 하면 현대시를 잘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난감하지요. "현대시를 잘한다." 이 말의 뜻을 무엇일까요? 어쩌면 이 질문을 던진 학급의 아이는 어떻게 하면 현대시에 관한 시험 문제를 잘 풀 수 있겠느냐는 궁금증을 가졌을 법합니다. 어쩌면 그 아이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을 수도 있고, 혹시나 시를 잘 쓰는 방법을 물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질문을 받은, 실습 나갔던 학생이 내게 던졌던 질문이 예전 게시판에 올라와 있더라구요. 그에 대한 내 답변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나도 여태 그걸 잘 모르겠다. 6(=.=) 내 나름으로 정리한 바로는 체험하라. 체험을 위해서는 상상하라. 상상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상황을 구..

공부를 위한 준비/문학적 주제들

[문학공부] 질문 생성하기를 통한 문학 평가

교수는 학습 점검을 위한 발문을 통해 실현되기도 하고, 평가를 통해 실현되기도 합니다. 많은 경우, 교수=발문=평가의 맥락이 형성됩니다. 문학 교수 학습 전략은 그 자체로 문학 평가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한 학생이 만든 문제입니다.(-라고 쓰고 수정해 놓습니다.) ----------------------------------------------------------------------------------- 김수영의 '눈'을 감상하고 해석하기 위한 토론 과정에서 제기된 물음 중 적절한 물음이 아닌 것은? (1) 화자는 왜 하필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라고 했을까? (2) '눈'의 의미는 '가래' 혹은 '기침'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3) '젊은 시인'을 시인 자신으로 보았을 때 시의 의..

공부를 위한 준비/문학적 주제들

[문학공부] 반응의 다양성에 대한 교육적 판단

한 학생이 아래와 같은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 눈(김수영) ㅇ 물음에 답하시오. (1) 지환 : 유치원에서 안 배웠어요. 요한 : 음... 어... 잘 몰라요. 시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신석 : 저 시에 대해 잘 알아용. 예전에 TV에서 다큐멘터리를 봤거든요. 현영 : 시의 의도를 알 거 같아요. 불의 에 저항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저도 답답해요. (2) 동호 : 눈의 상징적 의미는 3연의 '죽음을 잊어버린 영횬과 육체를 위하여'라는 구절을 통해.... 준영 : 작가 김수용은 시대 현실에 대한 비판과 저항 의식을 나..

공부를 위한 준비/문학적 주제들

[문학공부] 시에서 장면의 이해

(2011학년도 중등 임용 시험 국어과 문제에서)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를 깎아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 기형도, '바람의 집-겨울 판화 1'장면에 대해 ..

나/일상 허투루 지나치지 않기

[일상] 네잎클로버를 지나치기

네잎클로버를 보면 뜯지 않고 사진을 찍기로 했었다. 이상하게도 그 후로 네잎클로버를 보지 못했는데 오늘 기회가 닿았다. 여기 한 방 보여드린다. 젠장 휴대폰으로 찍었더니 초점이 안 맞네. Uploaded by

쓰기보다 생각하기가 더 즐겁다/어쩌다 불쏘시개에 대한 상념

[일상소소] 오른쪽 걷기, 다음에 우측보행

'오른쪽 걷기'라고 우리말로 편하게 써놓고 다시 한자어로 함께 적어놓은 건 무엇 때문일까? 무엇이 더 적확한 사실의 직시, 현실의 반영이라고 본 걸까? 물론, 물음 안에 답이 있으므로, 이 질문은 결국 '우측통행'을 더 적확한 표현으로 승인하고 공인하는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원천을 묻는 것이다. - 네 글자로 딱 떨어진 표현 형식의 틀 안에 우리의 행동 양식이 작동한다 : 그렇다면 왜 네 글자에 그러한 반응이 생기는 걸까? - 사자성어와 흡사한 표현은 우리의 관념을 유사-개념화한다 : 그렇다면 한문 문화가 이 시점까지 여전히 우리의 사고 기저를 이루고 있다는 뜻일까? - 한문 문화와 흡사하게도 개념 지식 우월의 계급화가 유지된 증거이다 : 그렇다면 우리는 개념 중심적 사고 문화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뜻..

나/내 기억 속의 문화들

[가사] 조덕배, 꿈에

꿈에 어제 꿈에 보았던 이름 모를 너를 나는 못 잊어 본 적도 없고 이름도 모르는 지난 꿈 스쳐간 여인이여 이 밤에 곰곰히 생각해 보니 어디선가 본 듯한 바로 그 모습 떠오르는 모습 잊었던 사람 어느 해 만났던 여인이여 어느 가을 만났던 사람이여 난 눈을 뜨면 꿈에서 깰까 봐 난 눈 못 뜨고 그대를 보네 물거품처럼 깨져버린 내 꿈이여 오늘밤에 그대여 와요 난 눈을 뜨면 사라지는 사람이여 난 눈 못 뜨고 그대를 또 보네 무러품처럼 깨져 버린 내 꿈이여 오늘밤에 그대여 와요.

나/내 기억 속의 문화들

[단상] 나를 옹호하는 방법

저마다 자신이 속한 세대에 대한 그럴 듯한 이유를 붙이길 좋아한다. 비록 무임승차를 한 셈이라도 6.25세대이니, 6.3세대이니, 유신세대니, 80세대이니, 386세대이니 하는 식의 세대 범주 속에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걸 용케도 잘 배운다. 그 세대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여전히 유지되지도 않을텐데, 집착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현재나 미래에서 못 찾고 과거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도 세대 범주의 유용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한, 사람들은 이름 붙이기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나도 그렇다. 대학생 때는 아직 386세대니 뭐 그런 명칭도 없었거니와 민주화세대 이런 이름이 가당치도 않았으므로 무슨 정체성에 대한 혼동이 좀 있기는 했는데 그때 내게 '6.8세대'는 6.3세대나 80세대보..

나/일상 허투루 지나치지 않기

[기념] 2008년 새해맞이

밤을 새는 건 밤이 밤이기 때일문이지 밤을 낮처럼 사는 사람에게는 새벽 해 뜨는 걸 보기가 저녁 해 지는 걸 보기보다 더 쉬운 걸. 새해도 그렇게 시작했나 봐. 몹시 추워서 사실은 해돋이 보는 거 그렇게 내켰던 건 아니야.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아빠의 이미지가 있고 그건 때때로 힘들지만 기분 좋은 도전이기도 하거든. 해서 새벽녘에 아이들을 흔들어 덜 깬 잠을 내쫓았지. 힝 더 잘래 하면서 감긴 눈을 애써 뜨려 하지 않는 두 딸에게 억지로 옷을 입히고 집 옥상으로 올라 갔지. 옥상은 우리 집이 아니라서 맘대로 올라가지는 못했어. 웅크리고 조금 조금 기다렸다가 네 시 오십 분부터 올라갔는데 글쎄 어이쿠 춥다. 아빠 내려갈래. 정말 춥지?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봐. 조금 만 기다려 봐. 조금만 조 금만 기다리면..

misterious Jay
긁적거리면서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