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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시 쓰는 것을 잊었더랬다. 함부로 쓸 수 없는 것이라고 배운 뒤로 시는 써서는 안 되는 것이 되었었다. 나쁜 시 같으니라구. 아주아주.
공부를 위한 준비/문학범주

[비유] 비유에 대하여 2-1

2. 비유의 배경과 원리 경험 세계와 은유적, 환유적 사고 우리가 경험 세계라 부르는 것은 실제로는 일종의 관념 체계이다. 경험 세계는 우리가 경험한 것들의 목록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목록들에는 선별된 개념이나 이름들이 행과 열을 이루고 있다. (라고 쓰지만) 이 목록을 일컫는 말인 카테고리, 달리 말해 범주는 실제로는 정연한 체계가 아니다. 행과 열은 그렇게 잘 정렬되어 있지 않다. 삐뚤삐뚤한 행과 열에, 중간 중간에는 분기되고 통합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행이나 열의 시작과 전개를 두고 벌어지는 쟁투가 어휘들의 가로쓰기와 세로쓰기를 혼란스럽게 한다. 물론 단일하게 존재하지 않는 범주는 서로 연관된 매개를 통해 어떤 것들은 계열로 위계 관계를 맺고 어떤 것들은 범위로 그 설명의 대상을 포괄한다. 그..

나/한 아이 돌아보았네, 나는

[1978]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둘이서, 이 기쁨, 떠나는 우리 님

이상하게 어설픈 듯, 단순한 듯, 지루한 듯, 이상하게 첨단의, 계산되어 있는, 놀라운, 1978년의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산울림 2집)는 세계는 커녕 한국의 현실도 제대로 알 리 없는 내 중학 시절 인생에 개입한 산울림의 곡이다. 밴드를 하고 있던 진외종숙에게 기타를 배우면서 미국 팝들에 물들고 있었던 나에게 라디오와 악보는 서로 다른 시기를 동시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매개였다. 라디오 방송이 들려주는 동시대적인 노래들이 정말 같은 해의 유행곡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한두 해 이내의 곡들이었으리라. 하지만 라디오 음악보다 더 친숙했던 것은 기타로 튕겨보는 악보의 곡들이었다. 이 곡들은 악보책이나 악보 클립들의 상품 시장 여건으로 인해 단순하고 짧은 곡을 담을 수밖에 없었기에 ..

공부 중/국어교육

[발표준비] 언택트 시대, 국어교육의 방법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가

개요문 광야에서 국어교육을 하는 아흔아홉 가지 방법 이 발표는 코로나-19의 전지구적 유행(pandemic)과 그 이후 촉발된 중대한 사회 변화 속에서 국어교육이 새롭게 모색해야 할 방법적 변화는 무엇인지 고찰하는 것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를 다루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먼저 제기한다. 하나는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국어교육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만한 중대 계기가 되느냐 하는 질문,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달라지는 것 가운데 질적인 변화에 해당하는 교육 방법을 기존의 것들과 분별할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 이 두 질문은 서로가 서로에게 귀속적이어서 잘못하면 우리로 하여금 논리의 순환론에 빠지게 할 수도 있지만, 다만 이 발표에서는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인한 변화 중 하나인 비대면 상호작..

시 쓰고 웃었다

[자작시] 느리게 혹은 느릿느릿하게

몸은 느리게 반응하는데마음은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다느릿느릿하게 느림을 연기하면서느린 반응을 핑계대지만느리게느릿느릿함을 연기하면서도마음은 조바심에 쪼그라들고 있다 어찌해야 하나 그이의 말에한마디 대답으로 온 세상이 달라질 것을 (2021.03) ※ 수시로 현실과 꿈(무의식) 사이를 넘나들며 인셉션 작업을 수행하던 주인고 코브는 아내 멜이 현실과 꿈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며 심한 우울증에 빠지자 꿈 속에 그녀를 보호할 림보, 즉 무의식이 무한히 겹쳐진 공간을 구축한다. 이 세계 속에서 멜은 현실로 돌아오는 것을 거부한다. 나아가 실제 현실을 무의식 속이라고 생각하면서 여기서 탈출하기 위해(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데 이로 인해 실제로 죽음을 맞게 된다. 아래의 해변 장면은 코브가 멜의 ..

공부를 위한 준비/문학범주

[비유] 비유에 대하여 1

1. 프롤로그 : 비유법, 수사법, 그리고 비유 학교 현장에서 곧잘 인용되는 수사법(또는 수사학)의 분류 체계에 따르면, 수사법은 비유법, 강조법, 변화법을 하위 범주로 가진다. (수사법을 다룬 어떤 일본 서적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는데 사실 출처도 명확하지 않고 어떤 논리와 근거에서 이러한 분류 체계를 취했는지 역시 밝혀져 있지 않다고 한다.) 수사법으로 통칭되는 것들은 대부분 이 용어의 영어 표현인 figure of speech가 나타내는 것처럼 전언의 형태와 연관된 특징적인 표현 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강조법이니 변화법이니 부르는 것들은 일반적인 어순을 의도적으로 일탈함으로써 문자적 의미가 드러내지 못하는 새로운(이 경우 참신한, 초점화된, 낯설게 보이게 하는) 의미나 뉘앙스를 갖게 한다. 따라..

시 쓰고 웃었다

[자작시] 침묵

한 시간 전쯤 들어와 있던 환자는 연방 신음을 내고 있다 그 소리는 절반은 여왕의 목소리 절반은 이방인의 목소리를 닮았다 소리는 전언의 중계자를 찾고 있었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나 하나인 듯했다 나는 통역의 능력을 갖지 않았다 그는 곧 이곳의 여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성 안에는 나의 여왕이 있다 이 성에서 밤을 새 본 문지기는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밤중을 찾을 여왕 추대자들은 없으리라 그 대신 앞으로도 계속 들이닥칠 먼 나라의 사자들이 성 밖에 이미 도착해 준비하고 있다 소리는 점차 중계자 없이도 여왕의 권위를 닮고 있었다 나의 늙은 여왕은 그 사이에도 수많은 사자를 물렸고 그럴 때마다 칭병하였다 하지만 먼 나라에서 온 사자는 사랑도 없이 사랑의 징표를 잔뜩 준비했다 나는 늙은 여왕을 사랑했..

시 쓰고 웃었다

[자작시] 2021, 샴푸의 요정

어느 날 신경 가닥이 머리카락을 타고 올라가 한 올 한 올마다 감각들이 살아났다 머리카락은 모자를 감당하기 힘들어졌다어떤 군인들은 모자를 대신해 제복을 화려하게 맞춰 입었고계급을 수놓을 원사의 색상 표준화가 시급하고 중요한 안건이 되었다어떤 군인들은 머리카락을 불온사상의 온상으로 금지시켰다감각을 기피하는 유행이 계속되었고 병졸들에게는 고통이 억압의 다른 이름이었다 머리카락은 조금이라도 자라면서 무거워 감당하기 힘들었다긴 머리카락은 보험 적용을 못 받는 사람,그 대신 짧은 머리카락은 신부, 승려, 목사가 맡았다세상은 구원받지 못한 곳,묶어놓아도 아프고 땋아놓아도 아팠다묶지도 땋지도 않고 풀어놓아도 바람에 나부끼니 고통스러웠다 머리카락으로 먹고 살던 이십이만 명의 미용사들이 마취과 의사 면허를 따고 삽십이만..

공부 중/일반

[교육] 교단의 여초 현상?

매일경제의 2021년 2월 21일 인터넷 기사에 '여여여여여여여여여..남교사 실종사건'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미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 문자의 시각화 전략은 꽤나 선동적이다. 초등학교 현장에서 여교사의 편중이 심하다는 전제에서 시작한 기사는 그 편중됨의 문제로서 "학생들이 다양한 시각을 기를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맞다. 그럴 우려가 있다. 아니다. 그거 잘못된 문제 설정이다. 사실 '성 역할 교육'이라는 것이 '성 역할 고착화 교육'으로 여겨질(최대한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우려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보면, 기사의 '다양한 시각'은 섣부른 논리화를 전제한 것이 맞다. 그런데 교육 현장에서 다수의 여교사와 이른바 '다양한 시각'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도 현재로서는 어려운 것..

시 쓰고 웃었다

[자작시] 연기자 미스테리어스(Misterious)

미스테리어스는 Jay의 두 번째 캐릭터 미스티블루가 꿈꾸던 은밀한 욕망 경이롭고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의 이름을 비틀어 세상에 없는 철자를 입고 자라난 뻔뻔하고 재기 넘치는 재연의 연기자 기술과 환영으로 영웅이 되었던 미스테리오와는 혼동하지 마세요 그는 이트륨을 가지고 있고 내게는 아이오딘이 있지요 미스테리오가 비열한 욕망으로 추락하기 전부터 루차도르, 루차도르! 레이 미스테리오에 영감을 받았던 캐릭터 선과 악이 혼란스러운 세계에선 가끔 빌런도 흉내 내 보고 본체가 하고 싶은 일을 멋대로 대신 해 보는 미스테리어스 미스티블루가 있기 전 깊고 푸른 밤이 있기 전부터우울한 회의주의자에게 남아 있던 희망의 내면 풍경 (2021.02)

시 쓰고 웃었다

[자작시] 2021 청취자 여러분

사랑하는 청취자 여러분오늘도 여러분과 한 시간좋은 노래와 사연으로행복하게 보냈네요아, 그리고 인터넷으로 실시간 참여하시는 시청자 여러분도 계신데요오늘도 많은 분이 사연을 남겨 주셨어요동접 삼천 분, 좀 아쉽지요. 우리 동접자 만 명 목표 채워 봐요그 중에 몇 분의 사연만 읽어드리게 된 것도 아쉬운데요특이하게도 오늘은 그림 엽서 한 통이 스튜디오에 도착했네요요즘 엽서로 사연 신청하는 거 여러분도 낯설 거예요여행 중에 일부러 보내신 듯한데, 와 ㅡ보내신 지 사 개월만에 도착했어요유튜브로 보시는 시청자 분들께서는 이거 보이시죠앞, 뒤, 이렇게신청곡이 그때는 인기절정의 곡이었는데죄송해요, 오늘은 곡들이 꽉 차서다음에 기회되면 꼭 보내드릴게요아, 그리고 채팅창으로 계속 비티에스 신곡 틀어달라고 하신사막여시9705..

misterious Jay
긁적거리면서 시